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경계를 넘나든 날, 국민은 환호했다. 모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슴 설렌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핵과 전쟁, 그리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위험과 위협 속에 살아오던 남북한 동포들의 안전 수준이 성큼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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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이들도 있다. 삼성과 그를 옹호하는 일부 언론과 청부 과학자들이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요청했는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했다.
법원, 고용노동부 역시 보고서 공개를 찬성했다.
그러나 삼성이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행정심판위원회로 달려가 노동부 행정처분을 막아 달라고 요청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삼성 손을 들어줌으로써 다시 가려질 수도 있게 됐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자신이 걸린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것, 또 다른 노동자들이 그런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벅찬 일이며 법과 제도로 지켜 줘야 할 일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후퇴할 것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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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공개되면,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돼 반도체산업 기반이 흔들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일부 전문가들은 건강보호를 위한 정보공개는 필요하지만 기업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알게 된 정보의 비밀보호 방침을 준수하고 유지하기 위한 규칙과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 속에는 어떤 것이 영업비밀이 돼야 하는 것인지, 건강과 생명에 유해한 물질 사용이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지 하는 기본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비밀이 일단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알권리와 기업 이윤추구 사이의 기계적 균형만을 다루고 있다. “알권리 보장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절차와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될”것이라는 논리는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에서 어떻게 기능할 것인지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작업중지권 발동에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있다. 자신의 업무환경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알아보고자 영업비밀이라는 것이 포함된 측정결과나 회사자료를 요구한다. 회사측에서는 당사자에게 자료를 넘겨주면서 업무관련성 평가목적 외에는 절대로 이용해선 안 되며 그럴 경우 법적·민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업무관련성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 공정에서의 화학반응을 통해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런 사실을 공개한다. 사측은 이것에 대해 업무관련성 입증과 무관하게 공정 내용을 공개해서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노동자와 전문가에게 어마어마한 금액의 소송을 제기한다. 실제로 기술유출이 됐든 안 됐든 상관없다.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른 것이니까. 자금줄이 든든한 회사로서는 승소가 목적이 아니라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당사자들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질 것이 뻔해도 소송을 한다. 지긋지긋한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노동자와 전문가는 피폐해진다.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고 고생을 하는 것을 지켜본 다른 노동자들과 전문가는 거대 기업의 영업비밀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웬만한 각오가 아니면 나서기를 두려워한다."
과도한 상상일까? 이번 논란도 이미 법원에서 판단이 끝난 문제였다. 영업비밀인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판결을 통해 공개하라고 한 것임에도 대기업이 영향력을 이용해 논점을 흐리고 있다. 영업비밀에 대한 사전심의제도 도입이 위협받고 있다. 영업비밀을 보호할 정당한 절차를 이야기하기 전에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물질과 공정이 생산성과 이윤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옳은지, 그것을 영업비밀로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부터 논해야 한다.
넘어야 할 선이 있으되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다.